신비로운 비색의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를 대표하는 달항아리를 들여다볼 때, 우리는 누구의 손길을 기억하는가? 은퇴 이후 내가 도자기에 푹 빠지게 된 것은 이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되었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든 작가는 누구인지. 고려청자는 어떻게 사라지고 전혀 다른 미감을 지닌 백자의 시대를 열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토록 찬란했던 자기 문화는 왜 지속적으로 계승, 발전되지 못했는지. 이러한 물음들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도자기가 사람과 제도 그리고 시대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묻는 근본적 질문이었다.
지난 7년간의 도예 작업과 학습을 정리한 이 책은 학술 서적이 아니다. 감히 비전공자의 얕은 지식에 근거한 잡서이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고 잊어서는 안되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도자기 그릇에 담아내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다. 나는 그릇에 담겨진 역사와 사실에 부합하는 재미있는 도자기 컨텐츠를 찾아내려 노력했다.
목차
머리말: 이 땅에 무수히 많았던 무명의 도공들에 대한 헌정
Ⅰ. 조선 건국의 비하인드 스토리 1. 이성계 발원 사리장엄구의 발견 2. 방산사기장 심룡은 누구인가 3. 태조 이성계의 뿌리와 금강산 4. 거사의 주역 삼한국대부인 강씨
Ⅱ. 조선의 개국과 백자의 시대 1. 여말선초의 도자기 2. 유교와 조선백자 3. 조선초 청화백자와 조공무역 4. 청화백자의 파란색은 어디서 유래했나 5. 술잔에 담긴 조선의 음주문화
Ⅲ. 분원 관요의 시대 1. 백자의 도시 징더전(景德鎭)과 고령토 2. 한반도 최초의 도자기 밸류체인 3. 분원 관요의 역사 유적지 4. 개혁군주 정조의 도자기 정책 5. 겸재의 그림 속 분원의 모습 6. 분원의 민영화 7. 하재일기 속에 비친 분원의 모습
Ⅳ. 달항아리에 대하여 1. 결핍이 빚어낸 비움의 미학 2. 달항아리라는 이름은
Ⅴ. 조선도자기 잃어버린 백년 1. 임진왜란과 도자기전쟁 2. 전란과 대기근 3. 끝나지 않은 도자기전쟁
Ⅵ. 일본 자기의 원류를 찾아서 1. 규슈의 관문 후쿠오카 2. 가라쓰의 나고야성과 조선인 마을 3. 도조(陶祖) 이삼평과 아리타 도자기 4. 신(神)이 된 조선의 도공 5. 최초의 여성 도공 백파선 6. 조선 도공의 불꽃으로 대포를 만들다
Ⅶ. 사쓰마야키와 정한론 1. 사쓰마야키의 고장 가고시마 2. 일본 자기의 역사를 다시 쓴 심수관 3. 도자기의 나비효과 4. 에도시대의 난학(蘭學)과 조선의 성리학(性理學) 5. 정한론의 발상지 사쓰마 6. 또 하나의 악연
Ⅷ. 보수우익의 심장 야마구치 1.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2. 복어(鰒魚)와 독립문 3. 메이지유신의 태동지와 야스쿠니 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