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릴 새도 없이 잃어버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도시는 끊임없이 새것으로 채워지고, 낡은 것은 부끄러운 듯 사라진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지쳐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쉼을 갈망한다. 더 좋은 것, 더 새로운 것을 향해 달려왔는데 정작 마음이 머물 곳을 잃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속도가 아니라, 곱게 늙은 것들이 주는 위안이기 때문이다.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휘면 휜 대로, 굽으면 굽은 대로 천 년을 버텨온 것들 앞에 서서, 비로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다. 즉, 우리는 낡은 것 앞에서 비로소 쉰다. “절로 가는 길은 가난해야 제격이다. 상점도, 술집도, 모텔도 없고, 하다못해 가로등도 중앙선도 없는 가난한 길. 그래야 가는 사람도 가슴에 품었던 세간의 옭매듭을 풀어 버리고 갈 수 있다.”(본문 p.17)
목차
곱게 늙은 절 하늘이 천장이고 천장이 하늘이다 _ 불명산 화암사 눈으로 보는 천상의 소리 _ 팔공산 은해사 백흥암 구름 위에 절을 짓고 _ 팔공산 은해사 운부암 외롭고 또 외로우면 여기에 묻고 가자 _ 지리산 화엄사 구층암 마음이 풍경 되는 천 년의 곰삭음 _ 천등산 봉정사 가슴에 사무치는 첫사랑 _ 봉황산 부석사
해우하시지요 마음을 여니 꽃사태가 일어난다 _ 상왕산 개심사 담아 오고 싶은 달빛 _ 비봉산 대곡사 똥이나 꽃이나 _ 조계산 선암사 묵은 근심 마저 비우시지요 _ 운달산 김룡사 오는 이는 주인, 가는 이는 손님 _ 월출산 무위사
풍경 속의 풍경 노을 속 숨은 노을 _ 달마산 미황사 빈 손바닥에 긴긴 봄날 _ 무릉산 장춘사 돌구멍 속에 숨은 절 _ 팔공산 은해사 중암암 구름 언덕에 바람꽃 _ 청량산 청량사 너는 똥, 나는 물고기 _ 운제산 오어사 소나무 숲에 딱따구리 법문 _ 봉수산 봉곡사 바람 소리면 어떻고 빗소리면 어떤가 _ 능가산 내소사
이야기가 그리우면 천 년의 전설을 숨긴 비밀의 사원 _ 영귀산 운주사 마음을 널고 세상을 잊고 _ 만수산 무량사 깍깍이 동자, 보리도령 그리고 계룡산신 _ 계룡산 신원사 기생 매창을 아시나요? _ 능가산 개암사 게으르게 걷는 아름다운 명상 길 _ 선운산 선운사 용은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 _ 교룡산 선국사 대웅전이 탑 안에 있어요? _ 사자산 쌍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