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 강과 바다를 자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는 자연이 지닌 생명의 기운이 스며든다. 유정애 시인의 시집 『꽃을 불러 이르는 아침』에는 자연과 일상의 사물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는 대체로 밝고 평온하다. 그 밝음에는 살아온 시간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마음과 세상의 작은 존재들까지 귀하게 여기는 선한 감성이 배어 있다.
이 시집을 관통하는 정조는 환함이다. 「봄꽃, 날다」에서 봄꽃들은 울타리와 골목마다 “촉수 높은 등 하나씩”을 내걸어 세상을 눈부시게 밝힌다. 밤이 깊어도 꺼지지 않던 꽃등은 새벽이 가까워지자 별처럼 반짝이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꽃의 개화가 어둠을 밀어내는 빛의 축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러한 환함에는 삶의 그늘을 오래 견딘 사람의 마음이 배어 있다. 「살다가, 문득」의 닳은 구두 뒤축과 「굳은살」의 거칠어진 발바닥에는 허둥대며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다.
목차
1부 무시로 드나드는 바람을 견뎌
달래강/ 봄꽃, 날다/ 살다가, 문득/ 굳은살/ 데칼코마니/ 가장 따뜻한 벽/ 어떤 허기虛氣/ 한 편의 노을/ 해거름에 들어/ 네 온기가 나의 삶/ 황태덕장/ 휴게소/ 박하사탕/ 메밀묵/ 春夢 2부 그믐달 숨이 멎은 듯
이팝나무/ 初夏/ 사월本心/ 달무리/ 향으로 술렁이는 고요/ 가을, 산사에서/ 눈이 오지 않아도 우리는 겨울/ 첫눈에 반하다/ 정월 대보름/ 낯선 복면復面/ 삼월에 내리는 눈/ 겨울, 그곳엔/ 만성적인/ 春雪
3부 잠시 다녀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손가락의 기억/ 비내섬/ 우아한 새끼손가락/ 낮달 1/ 낮달 2/ 가구점 골목/ 로드킬/ 술 빚는 날 재활용 옷가게/ 오렌지/ 열무/ 따뜻함을 뜨는 시간/ 풍등/ 구절초/ 꽃을 불러 이르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