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의 아들, 한국 문학 연구자, 비정규 노동자, 사진작가, 바느질하는 남자로 살아온 작가 이승원의 순전한 산문집
여기, 몇 페이지만 넘겨도 눈물이 맺히는 책이 있다. 20여 년간 222개 도시를 유랑하며 수많은 책에 사진을 실어온 작가 이승원이, 카메라 뒤에서 걸어 나와 자기 삶의 문장들을 써 내려간다. 『학교의 탄생』, 『공방예찬』의 저자이자 오래도록 ‘찍는 사람’으로 불려온 그가 주목한 것은 눈부신 절정이 아니라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의 아스라한 아름다움”이다.
이승원은 도착하는 기차가 아니라 떠나는 기차를, 활짝 핀 벚꽃이 아니라 흩날리는 꽃잎을, 사람들의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을 오래 바라본다. 스무 살에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시집와 우물가 동백을 벗 삼던 어머니, 두 달에 한 번 생선 궤짝을 지고 바다에서 돌아오던 아버지, 새벽에 전화를 걸어 “세우(細雨)가 와”라고 말하던 선생, 호적에는 있으나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던 할머니. 그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그는 쓴다. “내게 다가오는 것보다 내게서 떠나가는 것들이 좋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비로소 알게 되니까.”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상실감보다 다정감이 남는다. 포장마차 이모가 건넨 “삼촌, 어서 와”라는 한마디, 잎이 돋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마른 가지에 계속 물을 주는 마음, 평생 장사하며 쓰던 도마를 보자기에 싸 들고 찾아온 어머니의 손 같은 것. 실 한 가닥은 혼자서 별 힘을 내지 못하지만 여러 가닥이 서로 몸을 맞대고 부둥켜안을 때 비로소 강해진다는 것을, 그는 바늘귀에 실을 꿰다가 배웠다고 한다. 이 책의 문장들이 꼭 그렇게 나아간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그것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미워하고 분노하고 이별할지라도 끝내 사랑으로 남는다.”
목차
글을 시작하며 | 내게서 떠나가는 것들
1 곁에서 | 사랑은 언어로만 소통되지 않아서 다행 모르는 사람이다 설동백 아래에서 그해 겨울, 1979 산란하는 불빛 사이로 당신이 남긴 시가 반짝거려 클레오파트라와 당신 그리고 나 너의 골목은 세상은 우리의 놀이터 ‘할머니’라는 이름 향기로운 폭탄 엄마의 터전 믿는 만큼 자란다 네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무지개가 피어올랐으면 좋겠어 잡숴 봐! 그대에게 가는 길 나를 잊지 말아요 프레임 속의 추억 우리의 공동체 새 나라의 어린이 버려야 하나가 되는 것들
2 삶에서 | 의도하지 않고 살아도 꽤 괜찮은 하루 퇴근하는 삶 달짝지근하고 짭조름한 인생 환대의 기쁨 배움의 향연 몰입의 즐거움 얼마나 홀로 밥을 먹어야 나도 쾌남이고 싶어 곁에 있어 모르는 것들 여전히 도착하지 않은 오늘 사랑의 콩깍지 네 눈동자와 함께한 오후 기억의 틈새 나의 그림자가 당신에게는 햇살로 올해도 벚꽃을 보았습니다 이루지 못한 꿈 아름답다는 것은 한 잔의 술을 마시며 조그만 일에 분개해 나와 바나나와 간즈메 라디오를 켜고 평범한 사랑 날아올라 대학 시절 헬로, 스트레인저
3 먼 곳에서 | 끌림에서 시작된 떨림이 오래 남는 울림이 될 때 나는 ‘여전히’ 자유롭나? 잃어버린 것들 산들바람이 부는 한때 고요 깨달음은 얻지 못하고 번민만 가득 파리 바리케이드 당신의 손길로 완성하는 아름다움 너의 이름은 살사를 추는 빗자루 시간의 주름 어떤 사랑 그냥 살았어 하루에 세 나라를 여행하는 법 걷는 사람 그 골목의 끝 강인한 우리 아를에 비가 내리면 떠났지만 떠나지 않은 우리는 모두 이방인 나만의 퀘렌시아 두 개의 렌즈 흉내 내는 삶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
글을 맺으며 | 아름답지만 끝내 사라지는 것들을 향하여 부록 | 고마운 짝꿍에게 추천의 글 사진 정보
책 정보
출판사김영사
출간2026년 9월 30일
ISBN9791173328060
쪽수254쪽
판형사철제본
판매 상태예약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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