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일하러 간 시간, 아무런 약속 없이 거리를 걸으면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까. 이시다 센의 산문집 『평일』은 정해진 일과에서 조금 비켜나 도쿄를 거니는 열한 편의 이야기다. 점심 장사를 마친 식당과 오래된 헌책방, 동물원과 공항, 강가와 술집을 오가는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사람들의 몸짓과 혼잣말이 저마다의 사연을 펼쳐놓는다.
이 산책에서는 걷는 이의 모습도 자유롭게 달라진다. 헌책방 고양이는 여자가 되어 동네를 돌아다니고, 낯선 노인을 바라보던 사람은 문득 그 얼굴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거리의 냄새와 소리, 메뉴판과 안내문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문장 사이로 기묘한 상상과 짓궂은 유머가 스며든다. 익숙한 도시가 낯설어질수록 그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외로움과 욕망은 더욱 생생해진다. 떠나고 싶으면서 돌아갈 곳을 바라고, 혼자 있고 싶으면서 누군가의 곁을 그리워하는 마음. 『평일』은 그 모순을 품은 채 걷고, 먹고, 한눈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