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되는 기억

철거되는 기억

서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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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별이 잦으면 그리움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인가. 새파랗던 들판이 황금색으로 변하고, 추수를 끝내고 덕석을 둘둘 말았다. 겨울의 들판엔 벼 밑둥치만 지난 흔적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비록 삭벌이 삭막을 잉태했지만, 또 다른 운치를 배치했다. 찌지직찌지직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그런대로 들을 만했다. 이렇게 한 발 한발 디디면 침묵의 공간을 발시럽지 않게 걸을 수가 있었다. 그래 저 논이 그때 숙이와 땡볕에 피 몇 포기를 뽑아 들고 환호하던 환희의 논이었다. 이제 다 어디에? 인몰의 들판을 떠올리면 그 아련함에 온몸이 경련하다 못해 속울음을 울 수밖에 없었다. 영대교, 춘추원 옛 이름 그대로다. 아마 숙이는 다리를 걷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려면 힘들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슬픔의 가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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