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먹을 수 없는 음식처럼, 현실에서 쓰이지 못하는 학문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선 후기의 실용학자 풍석 서유구(徐有?, 1764~1845)는 평생에 걸쳐 한 가지 질문을 놓지 않았다. 학문은 끝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 질문의 결실이 113권 54책, 252만여 자에 이르는 조선 최대의 생활문명 백과사전 『임원경제지』다. 곡식 농사에서 채소와 과수, 음식과 의약, 집과 가구, 의복과 공예, 목축·사냥·어로, 의례와 예술, 장사와 가정경제까지 사람이 살아가는 거의 모든 영역의 지식을 16개 분야에 집대성했다.
『흙 국, 종이 떡』은 이 방대한 백과사전을 요약한 해설서가 아니다. 『임원경제지』를 24년 동안 번역해 온 과학사학자이자 고전학자 정명현이 서유구의 삶과 학문, 그리고 『임원경제지』가 탄생하고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21편의 드라마 극본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제1화부터 제17화까지는 서유구가 규장각의 젊은 학자에서 농업과 생활기술을 탐구하는 실용학자로 거듭나고, 방대한 『임원경제지』를 구축해 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오줌 거름을 밭에 고르게 주는 요맥차, 물을 끌어올리는 자승차, 변소와 농기구, 음식과 물고기, 의학과 방중술까지 조선의 생활지식이 생생한 장면과 대사 속에서 되살아난다.
제18화부터 제21화에서는 시간이 200년을 건너 현대 대한민국으로 이동한다. 3억 원의 조건 없는 후원을 마중물 삼아 시작된 『임원경제지』 번역, 70여 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번역·교열·감수, 수십 년 동안 연구를 기다려 준 후원자, 그리고 252만여 자의 고전을 다시 읽어 낸 현대 연구자들의 실제 여정이 서유구의 시대와 교차한다. 사료가 말하는 부분은 최대한 충실하게 따르고, 사료가 침묵하는 부분에는 인물의 사상과 시대적 정황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상상력을 더했다. 과거의 저술과 현대의 번역 사업을 하나의 긴 이야기로 엮음으로써, 이 책은 한 사람의 전기를 넘어 지식이 어떻게 태어나고, 잊히고, 다시 살아나는지를 보여주는 200년의 드라마가 된다.
상권 『학문을 일구다』에는 제1화부터 제12화, 하권 『쓸모로 세상을 잇다』에는 제13화부터 제21화를 수록했다. 하권 말미에는 『임원경제지』의 식력(食力)과 양지(養志), 16지의 전체 체계와 핵심 내용을 정리한 종합 해제와 참고문헌을 함께 실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조선의 지식이 장면이 된다.
목차
상권 - 학문을 일구다
서문 - 학문은 사람을 살릴 때 비로소 학문이 된다 제1화 100년의 침묵, 그리고 종이 떡 제2화 똥오줌 쟁탈전과 셰프의 레시피 제3화 깎고, 돌리고, 채우다 제4화 솥과 도마의 혁명, 그리고 사라진 술 제5화 물고기 잡는 법, 그리고 호랑이 제6화 붉은 피, 푸른 약초 제7화 난호의 약속, 함께 빚는 떡 제8화 빈 방의 쓰임, 꽃으로 피다 제9화 내밀한 우주, 방중(房中)의 도(道) 제10화 늙어가는 부모를 위한 설계도, 그리고 첫 울음 제11화 붉은 구황 작물과 미래의 약속 제12화 이익의 도(道) 부록 - 풍석 서유구와 『임원경제지』
책 정보
출판사임원경제
출간2026년 9월 15일
ISBN9788996408017
쪽수384쪽
판매 상태예약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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