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는 역사도시와 근현대도시가 중첩되어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곳이다. 재개발의 논리와 기존 도시 가치가 충돌하면서 산업, 문화, 건축, 그리고 사람들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힙지로’라 불리며,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그동안 을지로를 둘러싼 리서치, 출판, 전시 등 수많은 담론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재개발과 도시재생에 대한 정책적 갈등을 다루거나 도심 제조업에 대한 산업 생태계적 접근이 주를 이루었다. 『자립건축』은 이러한 거시적 도시 담론과 외부인의 소비적 시선이 놓친 틈새를 파고든다. 이 책은 저자 이재원과 그의 연구팀이 2년여간 을지로 골목을 누비며 실증, 해부한 건축 탐구의 결과물이다. 단순히 현장 조사 결과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낡은 건물 속 상층부(4~5층)를 점유하고 있는 창작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