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말한다. “모든 시작은 용기보다는 상실로부터”라고. 오늘의 나를 가능케 한 어제의 시작이 용기가 아니라 상실이었다는 고백 앞에서 생각에 잠긴다. 부정적인 것에서 가능한 시작이라는 솔직한 문장을 써내기 위해 작가는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경험했을까. 두려움을 직면해야 했을까. 작가는 상실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며 발견한 가치를 우리에게 전한다. 그 세세한 기록엔 살아가며 자칫 흘리기 쉬운, 평범한 순간을 날카롭게 응시한 흔적이 역력하다.
"누군가의 기쁨이 되는 일에 누군가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은 왠지 서글펐다. 환호의 이면, 기쁨이 가진 비밀 하나를 발견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러나 이런 사실도 있다. 기쁨이 한 방향으로만 흐를 리 없다는 사실. 버티는 것의 이면에는 기쁨을 포함한 더 큰 원동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김예진 작가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 탁월함이, 예리함이, 범상치 않음이 그의 삶을 고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니 원고를 처음 읽을 때 ‘삶을 이토록 힘껏 살아도 되는 걸까’ 생각했을 테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정말 그만큼이면 됐다는 심정으로”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시작을 해내는 이의 명랑함을 응원하게 되었다. 무엇도 상실하지 않고는 불가능했던 한때를 힘차게 달려온 덕에 “어쩌면 이걸 나는 행복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는 문장으로 한 시절의 문을 닫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삶이란 것이 어디 기쁨, 행복, 성취, 충만에서만 오던가. 오히려 상실이나 결핍, 그러니까 삶을 나아가게 함에 제동을 거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던가. 매일을 대하는 이러한 태도가 그에게 얼마나 다채한 장면을 선사했을지. 자동차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기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차게 돌아가는 상실이라는 동력. 책을 덮으며 상실이라는 자리에 어떤 단어를 넣을지 고심해 보아도 좋겠다. 당신은 이미 “작고 싱겁게, 그러나 확실히 환호”할 새로운 동력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책에는 당신을 위해 작가가 노력해 수집한 수십 가지 동력의 원천이 가득하니까.
“지금, 이 순간은 언제고 반복된 적이 없고 매일 다른 하루가 매일 다가온다”는 말은 오늘의 작가를 증명하는 동시에, 응원의 띠를 두르고 독자에게 내어주는 커피 한 잔 같은 것. 작지만 단단한 자동차 다마스를 닮은 김예진 작가, 그러니까 북다마스의 새로운 동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상실이라는 연료를 가득 주유하고 힘껏 달려보자. 어딘가에 도달해 있을 그날까지.
책 정보
출판사저스트스토리지
출간2026년 9월 11일
ISBN9791199435155
쪽수276쪽
시리즈STORAGE BOOK & FILM
판매 상태판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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