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의 정전은 독자의 세월과 시대의 눈과 더불어 성장하는 나무다. 시간의 나이테마다, 시절의 고비마다 쌓여온 고전 서가에서 독자가 거듭 호명한 작품은 무엇일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 읽는 기쁨에 보는 즐거움을 더하여, 오래 독자로부터 사랑받아온 대표 작품을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으로 새로 선보인다.
2025년부터 매달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어낸, 다시 만나는 세계문학 ‘먼슬리 클래식’ 2026년 열번째 책은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파트릭 모디아노의 공쿠르상 수상작이자 대표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1978)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퇴역 탐정이 거리를 헤매며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은 몇 가지 단서에 의지해 자기와 관련된 기억을 조금이라도 지닌 사람들을 한 명씩 만나면서 마치 다른 인물의 뒤를 밟듯 낯선 자신의 과거를 추적한다. 퍼즐처럼 하나씩 짜 맞춰진 기억 속에서 그는 뚜렷해지는 한편 더욱 불확실해지는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탐정소설의 외형을 입고 잊힌 과거를 재구성하는 것만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다. 2차대전의 참화 속에서 태어나 과거를 상실한 세대로 자란 모디아노는 이 작품을 통해 ‘기억상실’로 상징되는 프랑스 현대사의 비극을, 나아가 인간 존재의 ‘소멸된 자아 찾기’라는 보편적인 주제의식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우리 시대의 프루스트’라 불리는 모디아노는 기억과 망각, 정체성 탐구에 천착해 악몽 속에서 잊힌 대전大戰의 경험을 주제로, 프루스트가 말한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잃어버린 시간’을 특유의 신비하고 몽상적인 언어로 탐색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