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에서 ‘빌런’은 디즈니 영화와 슈퍼히어로 장르에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 태생적으로 악하다고 규정된 인물, “납작한 널빤지에 ‘악(惡)’이라는 글자를 휘갈긴 것처럼 얄팍한 모습으로 등장하기 일쑤”인 존재다. 이 책은 그동안 많은 이들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던 빌런들을 독특하게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소환한다. 영화 속에서 만나왔던 빌런의 심리적·문화적 의미를 ‘색’이라는 독창적인 관점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마라’는 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저자는 왜 이런 시도를 감행했을까?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의 본질을 단순히 악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것은 해결의 실마리를 잡기도 전에 더 나은 미래의 가능성을 단절시키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디즈니, 마블 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빌런은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 그들의 서사와 갈등을 통해 더 깊은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는 캐릭터들이다. 이 책은 초록, 빨강, 보라, 파랑, 노랑, 검정, 흰색 등 각 빌런을 표현하는 색을 중심으로 그들이 주인공과 대립하고 갈등하게 된 이유, 그리고 그 갈등이 우리 사회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파헤친다.
〈라이언 킹〉의 스카,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어벤져스〉의 타노스, 〈다크 나이트〉의 조커 등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의 서사와 색을 따라가며 그들이 빚어내는 갈등을 새롭게 해석한다. 선과 악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해체하고, 그 안에 감춰진 빌런의 의미를 발견한다. 색은 원초적인 욕망부터 역사와 사회의 흔적까지 품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말보다 선명하게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교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영화 속 빌런이 오늘날 대중의 불안과 근심을 비추는 존재라고 말한다. 사회의 갈등을 드러내는 빌런을 단순히 악으로 치부해버리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다면, 상호 이해와 합의의 세계는 무너지고 ‘빌런의 세상’이 탄생한다. 이 책은 빌런을 악으로 규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이면에 숨은 감정과 사연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외면해온 갈등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익숙한 캐릭터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우리가 간과했던 이야기를 환기시키며 색다른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빌런을 바라보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선과 악의 경계 너머, 우리가 미처 듣지 못했던 이야기에 한번 귀 기울여보자. 어쩌면 그곳에 우리가 찾던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목차
추천의 글 들어가는 글
1장 나도 인정해주세요 _초록 GREEN 빌런의 색 삶은 불공평해 질투에서 성장으로, 초록의 화신 의도된 혹은 의도치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