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림을 허락하면, 삶이 잠깐 덜 심각해진다. 멍때림에는 목표도 성과도 없다. 그래서 좋다.
생각할 것은 많아졌는데, 머릿속은 쉴 틈이 없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아무 생각 없이 있는 시간이야말로 생각보다 귀한 쉼이라는 것을. 『일.멍.일.쉼.』은 고민하고, 계획하고, 걱정하느라 머릿속까지 바빠진 사람들에게 말밥 작가가 건네는 조금 엉뚱하고 꽤 다정한 ‘생각의 휴식’이다.
저자는 멍때림을 게으름이나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잠이 몸을 회복시키듯,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숲길을 걷고, 커피숍에 앉아 원두 향을 맡으며 세상을 구경하는 시간도 머릿속에 필요한 휴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에게 ‘일멍’은 곧 ‘일쉼’이다. 바쁘게 살다 보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하루 종일 많은 일을 했는데도 정작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일과 가족, 인간관계와 책임,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운 채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도 놓치게 된다.
말밥 작가는 그럴 때 잠깐 멈춘다. 거창한 명상을 하는 것도 아니다. 길가의 들꽃을 보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아이들과 엉뚱한 이야기를 나누고, 숲에서 바람을 맞는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던 순간에 오히려 예상하지 못했던 생각 하나를 발견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순간들을 모은 기록이다. 삶을 대단하게 해석하려 들기보다 조금 비틀어 보고, 무거운 일을 너무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않으며, 때로는 자신의 부족함까지 농담거리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일.멍.일.쉼.』에는 정답보다 여백이 많고, 충고보다 웃음이 많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엉뚱하며, 가끔은 예상할 수 없는 문장 하나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라기보다, 머릿속이 복잡한 날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좋은 책에 가깝다. 피식 웃다가 잠깐 멈추고, 한 문장을 읽다가 창밖을 한번 바라보고, 그러다 다시 자기 하루로 돌아갈 수 있는 책. 열심히 사느라 머릿속까지 쉬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오늘 하루쯤은 멍때려도 괜찮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짧은 시간에, 오히려 오래 보지 못했던 자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목차
머리말 | 멍때리는 삶, 그 쉼의 기록
PART 1 일日
살아보니 어때? 누군가는 나에게 그러더라 구멍 난 양말 그래서 난, 아무렇지 않아 노력 vs 재능 vs 운 사탕 17번의 깨달음 문(門)득 드는 생각 그니까, 24시 심(心)약국 우린 아직 인공(人空)지능 달달한 밤 반달곰 희한하다 그대가… 그대를, 빈대떡 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