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선 시인의 시적 이미지들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세월의 깊이를 몸에 새기며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 사물에 깃든 시간성은 “살아야 흐르는/ 고통의 강이자 희망의 길목”(「눈물은 생명」)이 되어 질서를 거스르기보다 삶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로 확장한다. 고통과 희망을 하나의 흐름에 포갬으로써 쓸쓸하지만 결코 슬프지는 않은, 삶의 무게를 공손하게 떠받드는 내면의 견고함을 보인다. 이는 삶의 오랜 흔들림에서의 고요라 하겠다. 그의 문체는 화려한 수식이나 과장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간다. 봄날의 햇살 같은 담담한 시적 진술에서 삶의 은은한 색과 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목차
서시
1부 분홍빛 설렘, 봄의 격문
새해 첫날 12 정월 초하루 13 색과 향 14 감나무에 시선이 매달리다 15 나비와 꽃 16 바구미 17 벚꽃 훈수 1 18 벚꽃 훈수 2 19 어깨로 우는 매미 20 공, 공기의 궤적 22 백목련의 문장 23 매화, 그리고 동백 24 꽃꽂이 꽃 25 파래김을 읽다 26 보쌈 28 핑퐁 29 토씨 30 물 주기 32 카톡 조기弔旗 34 봄 36 어도魚道 42 장미가 가시를 제 몸에 달기까지 44
2부 초록 근육으로 짜낸 기억의 잔도
총소리 46 전지 전정 48 치자꽃 피는 계절 49 절벽 위의 한탄 50 철원에 가다 51 나무의 기억력 52 절창 53 전라도 방언 54 날을 세우는 시간 56 특별 시민 58 따개비 60 죽지 않는 눈동자 62 나무젓가락 64 모가 깎이는 날 65 작열하는 침묵 66 왕버들 68 줄다리기 69 소리의 의자 70 운 71 이와 혀 72 곰팡이 73 고흥 나로도 우주센터에서 74
3부 석류알처럼 익어가는
정년퇴직하는 사랑하는 딸에게 76 내가 가을이었으면 좋겠어요 78 층간소음 80 마디마디 찰랑이는 외로움 82 코스모스 83 둥근 침묵 84 은하교 85 명주 비단 같은 시 한 편 86 나의 대머리는 여백이다 87 의식의 세계를 벗어나니 88 허공 90 눈물은 생명 91 남에게 했던 말이 92 석류, 그 붉은 밀어 93 보슬비 94 가계 95 아버지는 왜 중고를 좋아하셨을까 96 콩 볶아주는 비 98 금 간 독그릇 99 마중물이 필요한 때는 100 짧아도 긴 하루 101 순산 104
4부 낮은 곳을 데우는 여백의 향기
첫눈 106 겨울나무 107 눈 맞고 오는 사람 108 연탄불 갈기 109 포갠 손 110 가야금 111 떠나고 112 탱자 113 등산길에서 114 빗소리를 끓이다 115 이슬 속의 영혼 116 일보일배에 핀 꽃 117 방골 118 행복은 굉탱이 120 마구간 121 민챙이 122 병실에서 본 달 124 동지 팥죽 126 책갈피 128 크리스마스 이브 129 섣달그믐날 130 길 위에 방 하나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