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민중교육》 필화 사건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40여 년간 삶과 사회의 민낯을 직시해 온 조재도 시인이 한줄시집 《줄이고 줄이고 또 줄이면》을 선보인다. 이번 시집은 시의 제목마저 버리고, 불필요한 단어와 문장을 깎고 다듬은 ‘한 줄의 시’로 채워졌다.
시인은 커다란 쇳덩이를 녹여 날카로운 화살촉을 다듬듯, 한 줄만 남은 극소의 시로 현대 문명의 과잉과 현실 문제에 직면한다. 단순히 동양적인 여백의 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존재·약자·관계·자연·신·우주라는 엄중한 세계의 메시지를 둔중한 기저음으로 울려 퍼뜨린다.
"더 많고, 더 크고, 더 빠른 것"을 강요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인은 "줄이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하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의식을 시집 제목에 담아 외친다. 일체의 거품을 뺀 정제된 한 줄의 시는 역설적으로 독자의 막혔던 숨통을 팍 터뜨리며 깊은 울림과 공명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