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강국으로 도약하는 한국에 그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철학계와 인문학 출판시장은 한 줌의 유관 전공자만을 위한 전문 서적, 아니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교양서적을 주로 생산해 왔다. 전문 서적은 철학 연구자의 임용과 승진을 목적으로 쓰인, 그들만을 위한 책이고, 교양서적은 출판계의 기획이나 대중의 수요에 맞춰 쓰인 가벼운 책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서에는 독자가 없고 교양서에는 철학이 없다. 전문서는 읽힐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제작된 학술적 연구 실적물이고, 교양서는 대중에 팔리기 위해 내놓은 소모용 상품이기 때문이다. 둘 간에는 공통점도 있다. 둘 다 현대의 학문을 깊게 총관(總觀)하는 자신만의 사유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서는 디테일에, 교양서는 개관에 그칠 뿐이다.
한국의 철학계와 인문학 출판시장이 공유하고 있는 이러한 양극화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 온 이승종 교수와 윤유석 박사는 ??사유의 길: 대화의 해석학을 향하여??에서 종래의 저 이분법적 범주를 벗어나는 야심 찬 기획을 선보인다. 두 사람은 이 책에서 나름의 시각으로 이 시대의 인문학을 자신의 관점에서 심도 있게 진단하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 아울러 이 작업을 두 사람만의 브레인스토밍에 그치지 않고, 동시대 연구자들과 공유해 토론을 통한 학술적 검증 절차를 밟은 다음 이를 일반인과 소통해 다듬어내는 과정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