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시문학》으로 등단한 안혜경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치자꽃과 함께』가 시인동네 시인선 284로 출간되었다. 우리의 기원은 생각처럼 ‘순수’하지 않다. 우리 자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것들, 가령 육체는 제 기능이 다 하는 순간이 오면 예고 없이 멈춰 서버린다. 우리를 에워싼 사물들은 한순간도 자기 역할을 쉰 적이 없지만 그게 다 나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내가 사라지는 날 아침에도 여전히 지하철은 오고 간다. 마지막으로 내 것이라 믿었던 언어마저 타인의 인칭에 의해 새로운 관계로 구성, 조직화 된다. 나는 원하지 않았지만, 타인에 의해 ‘그것(It)’이란 무인칭으로 바뀌어 불린다. 안혜경의 작품들은 대체로 ‘언캐니(Uncanny)’의 특성을 보인다. 소위 ‘개성화’라는 미명으로 억압되었던 ‘자기화(Selfness)’의 음성에 가깝지만 낯선 사물들의 질감을 통해 배어 나온다.
목차
제1부 사소한 잎사귀?13/목요일이 오기도 전에?14/눈물을 베고 누워?16/눈밭에 누울까?18/비의 틈새?20/나의 온실?21/슬픔의 보고서?22/치자꽃과 함께?24/천변에 갇혀서?26/눈과 짧은 생각?27/벚꽃은 흩날리는데?28/어둠이 걸음을 내디딜 때?30/어둠이 던져놓은 질문?32/나무도 꿈을 꾸나요?34
제3부 희망과 절망에게?61/흐린 날 흐린 방?62/왜가리와 왜가리를 보는 나와?64/저녁의 기분?66/적막이 곁에서 놀고 있다?68/적막 한 줌?69/세 가지 방 안의 정적?70/어디에도 없는 집?72/아직도 적막은?74/오래된 편지?76/연둣빛 잎새?77/내일은 흐림?78/빗속에 갇혀서?80/우리는 갇혀 있는 거야?82
제4부 냇가를 걸었다?85/나뭇잎에 쌓이는 날들?86/다시 읽는 편지?88/비명은 비명을 낳고?90/매화가 핀 날?91/단풍나무 잎 사이사이?92/달개비?94/쐐기풀?95/그 여름?96/그믐?98/가을이 온다기에?99/섬돌 위에 나뭇잎?100/무슨 새인지는 모르겠어?102/노루의 일만은 아닌?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