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키상 역대 최고령 여성 수상 작가 아사쿠라 가스미의 소설집 『관도 꽃도 필요 없다』가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영어·프랑스어·일본어를 넘나들며 오랜 시간 해외문학을 옮겨온 김석희의 번역으로 선보인다. 아사쿠라 가스미는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작 『평지에 뜨는 달』, 나오키상 후보작 『읽고 읽고 말하다』, 제175회 나오키상 수상작 『겐과이』 등으로 일본 문단과 독자들의 신뢰를 두루 얻어왔다. 이 책에서 작가는 화려한 사건 하나 없이 인물의 하루하루를 세밀하게 따라가는 것만으로 깊은 울림을 끌어낸다.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이들은 우리 곁을 무심히 스쳐가는, 언뜻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평범함’이란 존재의 속성이라기보다 타인을 충분히 바라보지 않은 시선이 부여한 익명의 이름에 가깝다. 아사쿠라 가스미는 그 익명성을 걷어내고 노년에 접어드는 일용직 노동자, 형편을 헤아려 스스로 진학을 접는 소녀와 이혼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에게 구체적인 얼굴을 되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