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원 시인의 디카시집에는 시적 대상에서 포착한 ‘얼굴’을 사진이라는 전경(前景)으로 제시하고, 후경(後景)엔 자신만의 메타포(metaphor)를 추구하기 위해 드러내기 주저하던 자아까지 담아낸 깊은 삶의 연륜이 담겨있다. 사진 뒤에 가려진 삶의 궤적과 사회 문화적 이야기를 인식 가능한 관점으로 확장, 해석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냄으로써 예술디카시가 추구하는 가치 실현의 의지가 강하다.
주관적이고 가장 경제적인 언어와 축약된 뜻으로 사진과의 의미적인 조응이 이루어지는 형태가 예술디카시다. 그러므로 이는 결코 가벼운 문학이 아니다. 마치 혀를 통하여 뜨거운 커피의 진미를 음미하는 시의 소믈리에처럼 인생미문학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람이 진정한 디카시인이다. 그러므로 문자시 쓰기의 기본이 없는 사람은 깊고 수준 높은 디카시를 쓰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이현원 시인은 그동안 언론인과 시인으로, 문학지의 편집 주간으로 활동해 온 이력이 시집에 스며있다.
목차
1부 의자의 휴식
고목과 나이테 속세를 떠난 뜻은 갈대가 엿듣고 있다 자비심 몸에 박힌 대못 보쌈 묘기 대행진 나도 예술가 엉큼한 생각 불신시대 의자의 휴식 파업인지, 휴식인지 SOS 소통 특권 해우소에서 레테의 강 건너기 잘난 죄
2부 삶이 별거냐
구겨진 자존심 아날로그 사랑 메멘토 모리 예술이 아닌 삶이다 무구무언 삶이 별거냐 머나먼 남쪽 나라 동병상련 글쟁이 설상가상 고해성사 이제는 가야 할 때 도토리 키재기 너만 믿는다 버려진 남매 상사병 콩 심은데 콩난다 꼭대기에 오르려면
3부. 비상 대책회의
나뭇잎 립스틱 네가 가상타 미러폰드*의 피에로 이런 세상, 저런 세상 작은 쉼터 못난이가 사는 법 귀하신 몸 공부가 그리워 적과의 동침 비상 대책회의 일찍이 배우자 잃고 카르페 디엠 세대차이 직업차이 왕년엔 나도 하늘 가리기 견물생심 어머니 마음 어머니 잔영
4부 바벨탑 쌓기
교연영색 무거운 짐 안 도는 건지, 못 도는 건지 바벨탑 쌓기 동행 인문기하학 신 하여가 자장가 굽은 허리 걸작 예술품 나 때는 이야기 보따리 시치미 고향을 묻지마라 너도 외로운 거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사랑하는 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