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요란과 소란의 아고라다. 아고라는 뭇사람들이 서로 얽혀서 살아가는 광란의 무대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이유로 서로를 밀어내는 소외와 배제의 원천이다.
서로가 얽혀서 살다 보면 사람들은 사는 대로 생각하고, 혹여라도 밀려나면 생각대로 살아가게 된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무리를 지어 살되, 개인적으로 철저히 고독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선물과 저주를 함께 쥐고 산다.
선물이 저주가 되고, 저주가 선물이 되는 기적은 누구든 자신이 지닌 성정(性情)과 행위의 소산이다. 요란한 세상에서 고요한 생활을 하는 것과 고요한 세상에서 소란한 삶을 사는 것은 어찌보면 모순처럼 보이지만, 그리 어색한 일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 요란한 세상 물정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무엇이 의미가 있고, 더불어 가치가 있는지 고요하게 생각해야 할 남모를 책무가 어느새 내 무거운 어깨 위에 도둑처럼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