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자연, 물질 그리고 지배 질서에서 배제된 자들… 결코 평평하지 않은 현실의 불평등을 감추고 정당화하는 힘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인간중심주의와 위계적 이분법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려는 시도
현대사회에 만연한 혐오, 그로부터 소외된 인간과 비인간에 주목하면서 ‘인간-비인간-세계’의 지평을 탐구해 온 숙명여자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 사업단 학술연구총서는 이번 총서 15권에서 ‘포스트휴먼 시대의 문학과 비평’을 주제로, 현대 혹은 그 이전에 출간된 대표적인 소설들을 포스트휴먼의 비평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이 글이 표방하는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으로서의 포스트휴먼은 근대 휴머니즘의 근간이 되는 인간, 즉, 유럽, 백인, 남성중심주의적인 인간 개념을 해체하고,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인간 개념을 모색하려는 시도다. 인간과 비(非)인간의 관계를 인간 중심으로 바라보고 자연과 기계를 인간 개선의 도구로만 취급하는 이분법적인 사고, 즉 트랜스휴머니즘을 넘어서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비평과 더불어 유물론들을 살펴봄으로써 그동안 타자로서 취급받지조차 못한 존재들, 동물, 기계, 물질, 혹은 인간 주체의 대상으로만 간주되어 온 사물들에 주목하여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
이 책의 첫 장을 여는 필립 딕의 『안드로이드들은 전기 양을 꿈꾸는가?』는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적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인간 중심 사고에서 포스트휴먼의 시각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변화는 이 책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또한 AI 알고리즘과 ‘언캐니 밸리’라는 주제 아래 이 책이 언급하는, AI에 의해 소외되는 인간의 모습은 자본주의 지배 질서로부터 배제된 자들의 이야기인 『파이트클럽』과 자연스레 이어진다. 자본주의의 기계가 아닌 ‘대안적 세계’는 확정되지 않은, 어느 모호한 중간 지점일 수 있음을 암시하는 「필경사 바틀비」와 『제49호 품목의 경매』 역시 같은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비평을 통해 이 책은 인간과 비인간이 소외될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인간과 비인간은 상호 의존적인 존재임을 재차 강조한다.
목차
서론
1부 · 포스트휴먼으로 가는 길
1장 · 포스트휴먼으로 가는 길: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를 중심으로 1. 인간, 죽음 없는 삶을 택하다 2. 포스트휴먼, 트랜스휴머니즘,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 3.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 아이작 아시모프와 필립 K. 딕
2장 · 필립 딕의 키치 세상: 『안드로이드들은 전기 양을 꿈꾸는가?』를 통해 본 인간, 기계, 과학소설 1. 우리들의 키치 작가, 필립 딕 2. 키치란 무언인가? 3. 필립 딕의 키치 세상 4. 『전기 양』의 키치 기법과 스타일 5. 인간, 기계, 과학소설의 키치 미학
3장 · 사물의 왕국에서: 토머슨 핀천의 『브이』에 관한 신유물론적 접근 1. 포스트휴머니즘 이후? 2. 엔트로피와 사물 3. 온실과 거리 4. 사물의 왕국에서 다시 만나는 브이의 세계 5. ‘침착함을 유지하되, 배려하기’
2부 · 세계는 평평한가?
4장 · 세계는 평평한가?: 물질 혐오와 포스트휴먼 유물론 1. 시작하며 2. 물질 혐오와 그 전통 3. 포스트휴먼 유물론과 평평한 존재론 4. 평평한 존재론의 정치학(I): 브뤼노 라투르 5. 평평한 존재론의 정치학(II): 마누엘 데란다 6. 평평한 존재론의 정치학(III): 레비 R. 브라이언트116 7. 마치며
5장 · 다시 찾은 ‘언캐니 밸리’: 시몬 스톨렌하그의 『일렉트릭 스테이트』에 나타난 포스트휴먼 묵시록 1. ‘네 괴물을 사랑하라’ 2. 다시 찾은 ‘언캐니 밸리’ 3. 『일렉트릭 스테이트』에 나타난 포스트휴먼 묵시록
6장 · 디지털 오토마타에서 길을 잃다: 우리들의 ‘멋진 신세계’ 1. 완전히 자동화된 세계로의 초대 2. ‘병 속의 삶’과 ‘디지털 오토마타’ 3. ‘체스 두는 투르크’와 ‘엠터크’ 4. 필터버블에 따른 세상 5. 헉슬리의 후회와 희망
8장 · 지금은 혁명할 시간? 혹은 그 불가능한 가능성: 척 팔라닉의 『파이트클럽』 1. 위기의 미국을 말하다 2. “미국 문화에 관한 장의사의 기록” 3.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소설? 4. 자본주의에서 길 잃은 좀비들의 반란 5. 치유와 구원으로서의 폭력과 혁명 6. 혁명, 그 불가능한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