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이상하게도 오래된 마음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타인의 바다』는 한여름의 기억과 재회 속에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각자의 ‘바다’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 바다는 누군가에게 자유로운 해수면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기억과 미련이 머무는 곳이다. 같은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깊이에 서 있는 두 사람. 그 사이에는 애정이 있고, 관계 속에서 피어난 애틋함과 끝내 온전히 건널 수 없는 타인의 거리가 있다. 미련처럼 되풀이되는 파도는 쉽게 붙잡을 수 없는 마음의 모습을 닮아 있고, 마침내 ‘바다’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넘어 한 사람이 오랫동안 품어온 내면의 세계가 된다. 『타인의 바다』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소유하거나 완전히 이해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앞에 두고도 그 곁에 머물러 보는 것, 타인의 세계를 함부로 헤아리지 않으면서도 끝내 바라보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