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우는 전화번호가 하나도 없습니다. 아내 번호도요. 다녀온 길은 기억나지 않고, 저장해둔 글은 다시 읽지 않습니다.
■ 편해진 건 분명한데 어쩐지 더 바쁩니다
반나절 걸릴 일이 십 분 만에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한가하지 않았습니다. 세탁기가 다 하는데 빨래는 끝나지 않고요.
이 책은 그 어리둥절함을 쉰한 번 다르게 적은 에세이집입니다. 짧은 글 51편, 177쪽. 한 편에 2분입니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고, 지친 날 한 편만 읽고 덮어도 됩니다.
■ 이 책에 없는 것
· 어떤 도구를 어떻게 쓰라는 이야기 ·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예측 · 기계가 못 하는 일 목록. 그런 목록은 만들 때마다 짧아지니까요
■ 대신 있는 것
갈림길에서 멈칫한 순간, 알림을 정리하다 보낸 하루, 저장해두고 다시 안 연 링크, 1.5배로 넘긴 영상. 사소해서 아무도 적지 않는 장면들입니다.
목차
여는 글 ? 편해졌는데 왜 안 편할까
1부 편해졌는데, 왜 바쁠까요
1. 세탁기가 생기고 빨래는 늘었습니다 2. 검색은 빨라졌는데 고민은 길어졌어요 3. 추천이 정확해질수록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4. 저장해둔 링크는 다시 안 봅니다 5. 사진은 많은데 다시 보지는 않습니다 6. 1.5배로 놓고 봅니다 7. 자막을 켜고 봅니다 8. 알림을 끄는 데도 시간이 듭니다 9. 답장이 빨라진 만큼 기대도 빨라졌습니다 10. 회의는 줄었는데 메시지는 늘었습니다 11. 장을 보러 안 갑니다 12. 가계부를 앱이 씁니다 13. 시간이 남으면 다른 일이 들어오더군요 14. 빨라진 건 일이었지 제가 아니었어요
2부 요즘 자꾸 잊어버립니다
15. 내비게이션을 끄면 길을 모릅니다 16. 외우는 전화번호가 하나도 없어요 17. 비밀번호를 하나도 모릅니다 18. 얼굴은 아는데 이름이 안 납니다 19. 계산을 직접 해본 게 언제였더라 20. 노래를 끝까지 아는 게 없습니다 21. 오늘이 며칠인지 모릅니다 22. 맞춤법 검사기를 끄고 써봤습니다 23. 답을 먼저 받으면 질문이 사라져요 24. 요약만 읽고 읽었다고 말합니다 25. 어느새 남의 문장으로 말하고 있었어요 26. 잊어도 되는 것과 아닌 것
3부 그래도 제가 하는 일
27. 아무도 안 시키는데 하는 일이 있습니다 28. 느려야만 되는 일도 있어요 29. 하룻밤 자고 보냅니다 30. 손으로 해보면 알게 되는 것 31. 잘 못하는데 계속했던 이유 32. 처음부터 다시 만든 날 33. 고친 물건에 정이 갑니다 34. 설명서를 안 읽고 시작합니다 35. 목록은 손으로 적습니다 36. 직접 가서 봅니다 37. 실수해도 되는 자리 하나쯤은 38. 대신 미안해할 수는 없더군요 39. 결국 고르는 건 제 몫이었어요
4부 서툰 채로
40. 잘하는 사람만 남는 건 아니에요 41. 쓸모로만 재면 서운해집니다 42. 늦게 배우는 것에 대하여 43. 천천히 하는 사람 옆에서 44. 모르면 사람한테 물어보던 시절 45. 좋아하던 걸 잘하려고 했더니 46. 만들다 만 것들이 있습니다 47. 혼자 있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48. 다 알 필요는 없었습니다 49. 이만하면 됐다고 말하기 50. 오늘은 그냥 제가 해볼게요 51. 서툰 게 사람 사는 표시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