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숙 시인의 시집 『첫사랑 관찰자 시점』에는 오래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들어있다. 시인은 대상을 쉽게 판단하거나 자기감정 속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사람의 표정과 사물의 움직임, 식물의 생장과 동물의 눈빛을 찬찬히 살핀다. 그 객관적인 시선의 밑바닥에는 살아 있는 것들을 향한 연민이 따뜻하게 배어 있다. 이 시집에서 관찰은 거리를 두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한 존재의 아픔을 가까이 그리고 천천히 바라보는 것이다.
이 시선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은 「안스리움」이다. 시인은 초록 잎 사이에서 피어난 붉은 꽃을 바라보며 그 붉음이 어디에 배어 있다가 나온 것인지 묻는다. 꽃말이 ‘번뇌’라는 사실을 발견한 뒤에는 “눈물에 부딪히던 바람”과 “내버릴 수 없는 생에 대한 긁힘”을 꽃에서 떼어낸다. 그리고 ‘안스리움’을 ‘안스러움’으로 바꾸어 읽는다.
사람의 삶을 바라볼 때에도 시인은 감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목차
1부 요제프가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
산책은 누구랑 했을까/ 주말극장/ 결빙 구역/ 여우의 사막으로 간다/ 배선/ 안스리움/ 오래된 건물은 흔들렸다/ 와인 한 병 마시기/ 줄 위의 사람들/ 너의 안부가 지구를 건너오고 있다/ 조감도/ 주입식 교육/ 러브, 러버/ 망에 걸린 망상해수욕장
2부 침실에서 괴테가 걸어 나왔다
이복형/ 찻잔을 고르는 시간/ 토끼 정원/ 백장미 꽃나무/ 짧은 휴가/ 첫사랑 관찰자 시점/ 미술품 관람하기/ 슬픔은 모두 블루/ 베이스캠프/ 모래알 랩소디/ 여름밤/ 꽃밭에서/ 분갈이 3부 사랑해 망치 같은 언어가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