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과 귀향〉은 인간의 영적·철학적 여정을 윌리엄 데스먼드의 ‘사이론(Metaxology)’을 통해 성찰한 철학서이다.
이 책에서 ‘방랑(Wayward)’은 단순히 길을 잃거나 타락하는 것이 아니라 닫힌 일의적(univocal) 체계를 벗어나 바깥을 향해 나아가는 철학적 영성 여정의 시작을 뜻한다. 반면 ‘귀향(Homebound)’은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존재의 근원이 ‘타애적(agapeic) 기원’에 있음을 깨닫고 창조의 영성과 신의 약속을 향해 자신을 다공적(porous)으로 개방하는 과정이다.
데스먼드는 고정된 정태적 공간으로서의 ‘사이(Inter)’보다 방랑과 귀향 사이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의미를 생성하는 동적인 과정인 ‘사이하기(Betweening)’를 강조한다. 아일랜드에서 겪은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그 경험들이 어떻게 보편적인 철학적 사유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영문학과 아일랜드 영시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독자들에게 아일랜드라는 구체적인 역사적·지리적 상황에서 형성된 데스먼드의 사이 철학을 보다 실용적이고 명징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아일랜드의 사상과 역사, 문학을 비롯해 형이상학, 예술, 종교, 윤리와 인간 존재의 문제를 ‘사이’와 ‘관계’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독자가 읽을 수 있다.
한국어판은 원서 전체를 완역하지 않고 제1부부터 제3부까지를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제1부에서는 ‘사이에 있음’을 아일랜드 사상의 조건으로 고찰하고, 그리스·프랑스·독일의 사유와의 비교를 비롯해 히베르니아의 아우구스티누스, 에리우게나, 존 톨런드, 버클리, 버크, 스위프트, 예이츠 등 여러 사상가와 작가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사이’를 탐구한다.
제2부에서는 ‘방랑과 귀향: 아일랜드식 사이하기와 사유의 유배’를 중심으로 망명과 사유의 관계, 철학적 삶의 낯섦, 유목적 사유와 정착된 사유, 종교와 철학, 시와 사유, 대학과 사유의 문제 등을 다룬다.
제3부에서는 ‘사이를 언어화하기: 철학적 개요’를 통해 사이론 철학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형이상학적 존재, 미적 존재, 윤리적 존재, 종교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각각의 ‘사이하기’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
원서의 제4부는 본문 번역에서 생략하였다. 대신 책의 마지막에 역자 후기를 덧붙여 제4부의 전체적인 사유 흐름을 요약하고, 한반도의 현실과도 깊이 연결되는 ‘분할(Partition)’에 관한 핵심 부분을 번역하여 수록하였다.
이 책은 ‘사이’를 단순한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동사적 의미의 ‘사이하기(betweening)’로 바라본다.철학과 예술, 종교 사이의 다공성과 상호매개를 중요하게 다루며, 아일랜드라는 구체적인 역사와 문화의 특수성을 보편적인 철학적 문제와 연결한다. 내밀함과 보편성을 서로 대립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내밀한 보편성(intimate universal)’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사유한다.
또한 아일랜드의 식민 지배와 영토 분할, 언어 상실과 망명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 철학적 문제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역사적 상처와 연결하여 성찰한다. 서로의 차이를 없애거나 하나로 흡수하기보다 상처와 다름을 끌어안는 상호매개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제1부에서는 아일랜드적 사유의 조건을 다양한 사상가와 작가를 통해 살펴보고, 제2부에서는 방랑·귀향·망명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철학적 사유를 삶과 역사 속의 문제로 확장한다. 제3부에서는 앞선 논의를 형이상학·미학·윤리학·종교철학의 관점에서 종합하여 사이론 철학의 주요 개념을 정리한다.본문 뒤에는 역자 후기를 비롯해 용어 해설, 참고 문헌, 찾아보기를 수록하였다. 역자 후기에서는 한국어판에서 본문 번역이 생략된 원서 제4부의 주요 내용을 살펴볼 수 있으며, 용어 해설을 통해 책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주요 철학 개념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목차
역자 서문 감사의 글 서문 1부
1장 사이를 언어로 빚어내기 (Wording the Between) 아일랜드의 사유와 글쓰기의 조건 안팎을 뒤집어: 사이하기, 위치함, 그리고 탈구(Dislocation) 사이에 있음: 아일랜드 방식(Being Between: Irish-Wise) 사이에 있음: 그리스 방식(Being Between: Greek-Wise) 사이에 있음: 프랑스 방식(Being Between: French-Wise) 사이에 있음: 독일 방식(Being Between: German-Wise) 사이하기와 초기 아일랜드 그리스도교: 히베르니아의 아우구스티누스(Betweening and Early Irish Christianity: Augustinus Hibernicus) 사이하기, 헤르메스, 성스러움 매개하기(Betweening, Hermes, Intermediating the Sacred) 그리스인들과 독일인들 사이: 순례자 에리우게나(Between Greeks and Germans: Peregrine Eriugena) 일자(One)와 처분 가능한 유용성 사이: 패트릭 카바나와 대지(Between the One and Serviceable Disposability: Patrick Kavanagh on the Land) 체계와 시학 사이(Between System and Poetics) 다의적인 사이를 가로지르기: 이단아 존 톨런드(Traversing an Equivocal Between: Heterodox John Toland) 기하학과 섬세함 사이(Between Geometry and Finesse) 사이를 실체-변환하기: 여기도 저기도 아닌 버클리 주교(Trans-Substantializing the Between: Bishop Berkeley Neither Here nor There) 라퓨타적 사이: 스위프트와 희극적 섬세함(The Laputan Between: Swift and Comic Finesse) 경건함들 사이: 버크적 이중성(Between Pieties: Burkean Doubleness) 종교와 사유 사이(Between Religion and Thought) 사이하기, 종교, 그리고 적의 필요성(Betweening, Religion, the Need of an Enemy) 중간기에서의 사이하기: 예이츠의 주화(Betweening in the Interim: Yeats’s Coinage) 자기화와 영혼의 사이하기: 예이츠의 동요와 대화(Betweening of Selving and Soul: Yeats’s Vacillation and Dialogue) 사이 너머 살아남기: 오시안적이지 않은 오이신(Outliving the Between: Oisin not Ossianic) 밖에서 안으로: 그사이-지내기(Mean-whiling)로서의 사이하기(Outside-In: Betweening as Mean-whiling)
2부
2장 방랑과 귀향 (Wayward and Homebound) 아일랜드식 사이하기와 사유의 유배 (Irish Betweenings and the Exile of Thought) 아일랜드 철학회와 이중적 소속(The Irish Philosophical Society and Double Belonging) 유목민, 목자, 그리고 사목자(Nomads, Shepherds, and Pastors) 낯섦 사유하기: 비오스 크세니코스(Thinking Strangeness: A Bios Xenikos) 역외(域外)로 사유하기, 사유 신용하기(Thinking Offshore, Crediting Thought) 방랑과 귀향의 사유(Wayward and Homebound Thinking) 호주 원주민의 꿈꾸기(Dreaming)와 죽은 자들의 유배 방랑과 귀향 사이: 참됨(Between Wayward and Homebound: Being True) 부서진 전통(들)과 사유의 유배(Broken Tradition(s) and the Exile of Thought) 종교, 유배된 사유,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가기(Religion, Exiled Thought, Returning to Ourselves) 어머니 없는 아이들과 종교의 유배(Motherless Children and the Exile of Religion) 시와 사유의 유배(Poetry and the Exile of Thought) 대학과 사유의 유배(Universities and the Exile of Thought) 경이로움의 아이들과 호기심 많은 바꿔치기된 아이들 사이: 예이츠의 「도난당한 아이」에 대한 소고(Between Children of Wonder and Curious Changelings: A Remark on Yeats’s “Stolen Child”) 소크라테스의 낯설음 - 아테네적이며 아토포스적인(Socratic Strangeness - Athenian and Atopic) 사이하기, 예이츠, 그리고 플라톤의 유령(Betweening, Yeats and Plato’s Ghost)
3부
3장 사이를 언어화하기 (Wording the Between) 철학적 개요 (A Philosophical Synopsis) 여는 글: 사이를 언어화하기 사이하기로서의 철학적 존재함: 사이론적인 것으로서의 형이상학에 대하여(Being Philosophical as Betweening: On Metaphysics as Metaxological) 사이하기들: 사이(Metaxu) 안에서의 횡단들(Betweenings: Crossings in the Metaxu) 사이하기로서의 감각적 존재함: 원소적 살에서 거룩한 어리석음으로의 통과(Being Aesthetic as Betweening: Passing from Elemental Flesh to Sacred Folly) 사이하기로서의 윤리적 존재함: 주어진 정서에서 타애적 내어줌으로의 통과(Being Ethical as Betweening: Passing from the Given Ethos to Agapeic Giving) 사이하기로서의 종교적 존재함: 고유한 신비에서 거룩한 타애(아가페)로의 통과 (Being Religious as Betweening: Passing from Idiotic Mystery to Holy Aga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