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걷다 잠시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 위에는 여전히 마음을 붙드는 얼굴과 순간들이 있다. 어릴 적 동무부터 일본의 새로운 가족까지, 이 책은 삶의 여러 시절을 함께한 인연과 그 사이에 쌓인 기억을 돌아보며 우리 곁에 남은 온기를 헤아린다.
저자는 분주한 하루를 마치고 책상에 앉아, 깊어 가는 밤만큼 마음 깊이 묻어 두었던 이야기를 꺼낸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미처 가리기도 전에 걸어온 날들, 기쁨과 슬픔이 나란히 머무는 기억, 시간이 흐른 뒤에야 새삼 소중해지는 관계들. 그렇게 되짚은 삶의 희비애환에는 아쉬움과 그리움, 사람을 향한 애틋함이 함께 배어 있다.
이 책은 지나간 시간을 아름답게만 추억하기보다, 먹먹함이 남은 자리에도 가만히 온기를 더해 본다.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글들은 독자에게도 자신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돌아볼 자리를 내어 준다. 읽는 동안 잊고 지냈던 동무의 얼굴이나 오래 마음에 남아 있던 인연이 문득 떠오를지도 모른다.
까만 밤을 지나온 새벽빛이 창가에 머물듯, 지나온 날들의 이야기가 오늘의 마음을 조용히 비춘다. 아쉬운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소중한 인연을 다시 떠올리고 싶은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안부다.
목차
작가의 말
1부 다락 안 종이상자 다락 안 종이상자 옛 교정에 올라 나의 아버지 그 남자 어머니의 가을 만복 국수집 미역국 사랑 한소끔 내 안의 부지깽이 내 친구 주자인시鑄字寅時 기다림의 시간
2부 쿠로가와 가는 길 뱃전에 앉아 솔섬의 여인 쿠로가와 가는 길 구드래 나루터 채운암, 봄 길을 걷다 수덕사의 그녀 전주에서의 하루 칠곡 꽃살문 천 년의 향, 빛을 깨우다
3부 - 강낭콩 껍질을 까며 강낭콩 껍질을 까며 어머니의 비누 이쁜 도둑 특별한 생일 선물 이른 아침 출근 버스 주로走路에서 차 한잔 마음에 담아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시장에 가면 아침 버스 새로운 부부
4부 - 비질하는 소리 늙은 대추나무의 고백 비질하는 소리 들의 방 북암리 홍수 사물 쟁론기 기녀 진옥의 사랑 목련이 필 때면 응급실에서 맞는 새벽 바가지의 기억 앉은 반 설장구 뒷산을 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