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나를 다 무너뜨렸다고 생각한 날, 다섯 평이 나를 다시 살게 했다” 전 재산 500만 원으로 다시 일어선 한 여성의 뭉클한 생활 에세이
누군가는 더 넓은 집을 꿈꾸고, 더 많은 것을 가져야 비로소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단 다섯 평의 공간이 삶을 다시 시작할 유일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 박지성 작가의 신간 『다섯 평이면 충분해』는 인생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다시 일어서야 했던 한 여성의 치열하고도 따뜻한 생존 기록이다.
이 책은 단순히 작은 공간에서의 삶을 이야기하는 에세이가 아니다. 삶이 산산이 무너졌던 순간, 다시 살아내기 위해 자신만의 세계를 새로 만들어야 했던 한 사람의 진심 어린 고백이자, 오늘을 버티는 모든 이에게 건네는 조용한 응원이다.
이 책의 시작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작가는 법적 분쟁과 파경, 경제적 절망, 그리고 두 아이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현실 앞에서 생의 가장 차갑고 긴 겨울을 지나야 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한 시간 속에서 작가는 아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엄마는 0에서 다시 시작해야 해. 그래도 엄마랑 같이 살래?” 그리고 돌아온 아이들의 대답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문장이 된다. “힘들어도 괜찮아. 엄마랑 같이 살 수만 있다면 어디든 좋아.” 그 순간 작가는 더 이상 무너질 수 없었다. 살아야만 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다시 일어서야 했다.
당시 작가가 손에 쥔 것은 전 재산 500만 원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크지 않은 돈일 수 있지만, 삶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사람에게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었다. 컵과일 창업을 고민했고, 김밥 장사를 생각했으며, 샌드위치를 배우기 위해 수없이 영상을 돌려봤다. 전문 창업 교육은 엄두도 나지 않았고, 결국 단 하루짜리 수업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이후 작가는 주방에서 홀로 수없이 실패하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탄생한 공간이 바로 ‘다섯 평’이었다. 은평구의 작은 골목, 남들이 보기엔 너무 작고 초라해 보였을 그 공간은 작가에게 생존의 마지막 보루이자 삶의 가장 눈부신 희망이었다. 집에서 쓰던 냉장고를 가져다 놓고, 중고 테이블과 의자를 구해 채우고, 비싼 인테리어 대신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간을 꾸렸다. 어설픈 천막 하나를 달고, 없는 형편 속에서도 어떻게든 가게의 문을 열었다. 누군가에게는 작고 보잘것없는 가게였겠지만, 작가에게 그곳은 자신과 아이들을 지켜줄 유일한 영토였다.
하지만 『다섯 평이면 충분해』가 특별한 이유는 이 책이 단순한 창업 성공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성공보다 사람을 이야기한다. 성장보다 버팀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화려한 성취보다 끝내 무너지지 않았던 마음을 이야기한다.
목차
프롤로그 아무 일도 아닌 하루는 없었다
제1부 다섯 평, 나만의 세계가 시작된 곳 엄마랑 같이 살 거야/방문 판매원이 되다/지선 씨, 나랑 데이트할래요?/꿈에도 가격표가 붙어 있다면/다섯 평 남짓한 나의 영토/발은 달리고 마음은 모인다/바가지머리와 공주 원피스/김밥을 싸줄 사람이 없던 날/나를 만든 노동의 기억/나는 기꺼이 혼자가 되었다/숨이 쉬어지는 순간/문득문득 그 이름의 안부를 묻다/언니가 엄마였던 시간/박천득 씨의 딸
제2부 비워낼수록 깊어지는 생활의 밀도 엄지발가락과 완벽/닳아가며 넓어지는 사람/채우지 않기로 한 선택/공간이 나를 닦는다/눈물 맛 김치 라면/5월의 눈부신 인연/누군가의 아침을 준비하며/강원도에서 잠시 어른을 내려놓다/샌드위치에서 나온 비닐 조각/멈추고 싶지만 멈출 수 없는 날들/내 아이가 사라질까 봐/은평구 작은 골목의 샌드위치 가게/그녀가 깔아준 비단길/벚꽃은 눈치도 없이/우리는 아직도 열일곱/내 뒤에 서 있던 사람/우리 영주가 고등학교 갈 때까지/헤어져야만 하는 두 사람
제3부 좁은 골목에서 만난 커다란 사람들 대견하다는 말 한마디/행운보다 값진 인연/디딤돌/다정한 말의 힘/바보 수강생/복채보다 깊은 인연/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미역을 안고 오던 날/이름과 바꾼 딸기 세 알/부여에서 온 방울토마토/태평양 건너온 마음들/주황색 벤치/박카스 할머니/세 바퀴의 기도/가만히 곁에 있는 사람
제4부 당신이라는 곁이 있어 숨이 쉬어져 우리가 산타가 되던 날/편의점에서 만난 사람들/네가 웃으면 그걸로 됐어/버틸 이유가 되어준 너/딸의 얼굴 앞에서/글은 나를 떠난 적이 없다/서른 살의 그녀와 스무 살의 나/살아보려고 시작한 일/같은 길, 다른 속도/곁에 남아준 사람/새벽 4시 편의점/청산도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