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미움을 받아온 민족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유대 민족일 것이다. 예수 탄생을 기점으로 역사를 나누는 유럽에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게 만든 유대인들은 미움받기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유대인은 나라도 없이 떠도는 낯선 이방인이었으며,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로 먹고사는 고리대금업자였다. 얼마나 원한을 가진 이들이 많았겠는가. 그뿐인가? 유대인은 자신들의 문화를 고수하면서 원주민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또 스스로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선민의식까지 공공연하게 내세웠으니 미움을 받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을 것 같다.
유대인을 미워했던 사람이 많아서였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치에 의해 체포되어 아우슈비츠 등의 수용소로 옮겨져 학살당했다. 나치가 주도하고 유럽의 파시스트들이 동참해 벌인 끔찍한 제노사이드(대학살)였다. 야만적인 인종청소였으며 동시에, 끔찍한 전쟁범죄였다. 전쟁 기간 중 많은 유대인들이 유럽을 떠나 북미나 호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동유럽과 러시아에 거주하던 일부 유대인들은 ‘유대인만의 국가를 세워야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그릇된 종교적 신념과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결합해 시오니즘을 만들어낸다. 시오니즘은 이전 세기까지 수많은 비극을 낳았던 유럽의 식민주의에 뿌리를 둔 사상이었다. 유대 민족의 고향, 이스라엘로 돌아가겠다는 시오니스트들은 전쟁범죄의 피해자들에게 부채의식을 갖고 있던 유럽과 미국 정치권의 지원을 받아 이스라엘을 건국하기에 이른다.
외부에서 보기에, 이스라엘의 건국은 유대인들의 염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독실한 유대교 신자이자 역사학자인 야코프 랍킨 교수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유대인은 이스라엘이라는 공간을 통해 유지되는 민족이 아니다. 오히려 종교적으로 유대교 율법, ‘토라’에 따라 살겠다는 다짐과 이에 따른 의무가 유대인의 정체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을 건국한 세력, 즉 시오니스트들은 애초부터 이런 것들에는 관심이 없었다. 약속의 땅에 유대인 국가를 세우기 위해, 방해가 되는 세력은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마치 식민지를 개척했던 이전 세기의 열강들처럼, 팔레스타인인들을 힘으로 밀어붙였다. 과거 도시 한 구석에 만들어놓은 게토에 수용되었던 유대인들이 이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로 몰아넣고 더한 공격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목차
이 책에 쏟아진 찬사 · 4 한국어판 서문 · 11 서문 · 15 감사의 말 · 19
시오니즘 식민화 이전의 팔레스타인 · 23 시오니즘과 팔레스타인인들 · 39 새로운 히브리인 · 63 유럽의 유산과 인내 · 79 10월 7일 이전의 상황 · 91 보복과 생존 · 105 면죄부와 저항 · 119 다윗과 골리앗, 그리고 삼손 · 137 전략적 동일시 - 이스라엘에 유리한 윈윈 전략 · 147 후기 · 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