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존엄한 죽음’을 이야기하며 말기를 선이나 점처럼 전제할 때, 나는 바로 이 말기의 시공간을 면으로 펼쳐 그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생성하는 사람들과 그 사회적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존엄한 죽음의 논의에 필요한 것은 바로 말기란 도대체 무엇인가 먼저 묻는 것이다.” -저자
생애 마지막 시기,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에 대해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의 마지막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의료인류학자인 저자는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말기암 병동에서 2년간 참여관찰한 기록을 바탕으로 말기돌봄의 현실과 의미를 탐구함으로써 죽음이 단시간에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임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죽음을 생물학적 생명의 정지라는 한순간의 사건으로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죽음에 이르는 ‘죽어감’의 과정을 따라가며 말기라는 시간이 의료진의 판단, 병원의 제도, 환자와 가족의 대화, 치료계획의 변화, 환자의 이동과 돌봄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세밀하게 추적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더 이상 케어 플랜이 없습니다”라는 말은 단순히 치료의 종료를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환자가 ‘치료받는 사람’에서 ‘말기돌봄을 받는 사람’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알리는 신호이다.
목차
추천사 여는 글: ‘죽음’에서 ‘죽어감’으로
1장 생의 말기에 대한 인류학적 탐구 1. 죽음, 그 오래된 주제 2. 연명의료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선택과 시간 3. 말기와 공간, 그리고 그 사이의 이동 4. 우리가 모르는 말기돌봄 5. 말기를 인류학적으로 연구하기: Z병원 호스피스 · 완화의료팀과 함께
2장 시간: 말기를 ‘활성화’하기 1. 잠재적인 말기: “결국 다 돌아가시잖아요” 2. 말기의 활성화: “더 이상 케어 플랜이 없습니다” 3. 말기돌봄의 시간성: 늘리거나 줄이지 않고 ‘좋은 죽음’을 위해
3장 공간: 말기의 이동 경로와 돌봄의 한 형태로서의 전원 1. 환자가 모이는 곳, “서울의 큰 병원” 2. 왜 머물지 못하는가: 말기를 위한 병상은 없다 3. 경로-장소들의 의미 4. 돌봄의 한 형태로서의 전원
4장 관계: 생애 말기의 관계-생성적 돌봄 1. 신체적 돌봄: 쇠하는 몸에 응답하기 2. 환자·가족과 “친해지기”: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3. 매듭풀기를 통해 환자를 관계-시키기 4. 병원에서의 ‘가족’ 되기 5. 말기돌봄의 궁극적인 지향점: 관계-생성적 돌봄
맺는 글_ ‘좋은 죽음’을 넘어서 감사의 글_ 먼저 떠난 이들에게 뒤늦은 인사를 전하며 덧붙이는 글_ 죽음을 연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주석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