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편집자의 각도가 필요하다
그런 각도에서만 보이는 의미도 있다”
·편집자는 모든 책을 자기가 작업하는 책처럼 읽는다·
·출판업계에 오래 있다보면 시계열적 시각을 갖게 된다·
·읽기의 단 열매는 판단을 유예할 때 허락된다·
·뒤집어 읽으면 사태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김영민 서울대 교수, 김명남 번역가 추천*
편집자, 서평가, 저술가, 번역가
편집자는 저자의 책이 나오도록 돕는 사람이지만, 원고를 읽고, 다듬고, 홍보하는 일을 모두 ‘글’로 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글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된다. 그런 이유로 책 편집자는 가끔 서평가, 저술가, 번역가가 된다. 존 르카레, E. M. 포스터, 줄리언 반스의 책을 만든 편집자 역시 서평가, 저술가, 번역가가 되었다.
이번에 『편집자의 책읽기』를 펴낸 김영준은 김영사, 을유문화사, 열린책들 등에서 30년간 편집자 생활을 해왔다. 문학과 인문학 영역을 오랜 기간 잠행해온 그가 가장 전문적으로 기획·편집해온 분야는 해외문학이다. 세계문학전집을 직접 론칭하기도 했다.
해외문학 편집을 오래 하면 어떤 시야가 확보될까. 이 책에 실린 첫 번째 글 「그것은 예술이 아니어야 한다-몽테뉴와 에세이라는 형식」에서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질문을 던져보자. 서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문학 장르는 뭘까? 답은 “장편소설”이다. 단편, 시집, 희곡은 오랫동안 안 팔리는 물건이었다. 그런데도 서점가와 출판계를 다룬 기사에서는 ‘에세이가 붐이다’라는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정말 에세이는 대세일까.
이 현상을 제대로 진단하려면 독자의 시각만으로는 안 된다. 에세이를 즐겨 읽는 사람도 있지만, ‘시시하다’ ‘시간 낭비다’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출판사 대표들은 장편소설 원고가 아닌 에세이를 받아오는 편집자를 무능한 사람 취급했다. 그런데 이제는 에세이가 트렌드라면서 작가들을 발굴하라고 재촉한다. 이에 따라 저자 김영준도 에세이 시장을 해부한다. 하지만 시장의 동태를 짚는 데 숫자를 동원하기보다 ‘에세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로 들어간다. 이런 남다른 질문은 왜 하루키 에세이는 한국에서 인기 있지만 미국에서는 번역되지 못하는지, 몽테뉴의 에세이는 어떤 이유에서 잡글이 아니라 역사 텍스트인지, 외국 작가들의 에세이는 왜 한국에서 망할 수밖에 없는지와 같은 분석으로 이어진다.
문학평론가 제임스 우드는 『인생에 가장 가까운 것』에서 디테일을 다루는 데 탁월한 소설가들을 높이 평가한다. “세부 사항은 우리에게 만져달라고 애원하는 삶의 조각”이며 “최대치의 문학적 기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영준은 “디테일을 보존”하는 장르는 바로 에세이라고 말한다. 에세이는 디테일이 거의 전부이며, 독자들은 바로 그 디테일을 구입하려고 값을 치르는 것이다.
이 첫 번째 글은 에세이의 무용성과 비문학성을 폄하하지 않으면서 ‘에세이를 기획하라’는 출판사 사장들의 말이 왜 잘못됐는지 분석하며, 몽테뉴의 에세이는 왜 더 이상 에세이가 아닌지를 400년의 역사 속에서 고찰하고, 자신의 경험을 에세이로 써내 소설에서 재활용하지 못하는 소설가들을 조명하고, 그러면서도 좋은 에세이의 조건을 제시하는 한 편의 탁월한 ‘에세이’다.
머리말
1부 깊이 읽기
그것은 예술이 아니어야 한다
너무 많이 아는 작가
지나치게 충족
정의롭고 도덕적인 쇼핑
그레이엄 그린과 순진한 미국인
죽음의 집의 기록
읽고 쓸 줄 아는 놈들은 모두 죽여라
예술가에 대한, 예술로서의 소설
이 집에 여자는 없습니다
어쩌면 시작될 필요가 없었던 실험
두려운 정열의 이야기
공정한 게임의 한계선
지미 호파 실종 사건
서명을 위조한 여자
상상의 자서전, 9.11, 그리고 오토픽션
중국 스파이 소설가의 고뇌
에세이에서 소설로
2부 책 바깥을 읽기
5000권과 한 권
각본을 책으로 낸다고?
번역과 정보
역자 후기는 없나요
왜 구글에 안 물어봤을까?
원고는 불타지 않는 법
위키피디아와 싸운 사람
인공지능이라는 스승
작가란 무엇인가
찾아보기의 운명
책 버리는 도서관
책을 버리고 계시나요
책의 진정한 가격
3부 빠르게 읽기
없애지 못하다
자기 심장을 뜯어 먹기 시작하면
어느 부치지 않은 편지에 대하여
균으로 만든 거대서사
바빌론에서 평양까지
어느 집안의 윤리적 선택
황제라는 기이한 배역
여객선에서 사라지다
엘리아스의 공백에서
간결한 메시지에 저항하라
왜 이민자 요리를 탐구하는가
영 안 풀리는 남자들
낸시의 줄자
생각이 사라지는 날
회계 장부와 일기 사이
대담한 자와 신중한 자
도둑질의 임계점
내가 이 일을 할 자격이 있을까
저작권이 폐기될 수 있는가
조선족은 역사의 패배자일까
문학에 귀순하기를 원치 않는다
중국의 애늙은이 세대
중산층은 늘어날까
당파성과 부족의 시대
6월인가 7월인가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망치고
슈퍼 전파자, 오버스토리, 임계량
당신은 우리 미술관에서 해고야
배제된 자를 떠올리게 하다
4부 일상 읽기
9대 언어가 된 한국어
토르의 모험
두 번째 주제
가격이 알려주는 것
노코멘트
녹음기와 인터뷰
당신 정체가 뭐야
두 개의 스포일러
로봇 청소기
머리를 두고 온 사람
멀티태스킹
명필과 붓
무슨 말 하는지 다 안다
선물 재사용
스노비시
시네이드 오코너 사건
아이러니의 실패
아이콘과 예술가
오후 12시
우마렐
우연의 도움으로
유체이탈
정보 실패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초코파이를 주는 소년
커다란 장부 한 권
타인의 취향
TV 토론의 승자는
필기체
5부 미스터리 읽기
아무도 체포되지 않지만 용서도 없는
장르의 권장선을 초과하다
불가능한 추리소설
미국 소도시 유토피아의 곤경
이들 중 한 명은 사라진다
과학 대신 마술
아닌 척하는 유토피아
쇼와 시대 사회파 추리소설의 역설
죽은 딸이 걸어 들어왔다
리오, 당신은 미쳤습니다
속죄하는 탐정의 탄생
여기 어떤 부자가 놀고 있다
아메리칸드림과 죽음의 저항값
도덕에 미쳐 있는 철학자들
내면으로의 섬뜩한 여행
엘레나가 금지한 것
움베르토 에코에게 힌트를 주다
인종주의의 배를 가르면
40년 전으로 내려가다
추리소설의 난문에 관하여
추리소설에서 역사소설로
기념비적 전작 출간
마지막에 죽음의 배가 온다
추리소설, 뒤렌마트의 중간 기착지
미국 흑인의 하드보일드
본문에서 다룬 책 목록
발표 매체 및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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