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 두고 온 마음

노르웨이에 두고 온 마음

이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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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기록

책 소개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 노르웨이의 자연 속에서 비로소 자연스러워진 나날들

산다는 건 여행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 여행의 주인이 누구인지 기억하며 사는 사람은 드물다. 해야 할 일과 챙겨야 할 관계에 정신없이 휩쓸리다 보면, 나 자신은 어느새 풍경 밖으로 밀려나 있으니까. 마감과 약속 사이 하루를 통째로 흘려보내고 나서야 오늘 나는 한 번이라도 나다웠는가, 묻게 된다.

그렇게 급류에 떠내려가는 나를 건져 올려, 오직 자기에게 집중할 빈자리를 내주는 땅이 노르웨이다. 노르웨이에는 ‘프리루프츠리브(Friluftsliv)’라는 말이 있다. 자유(fri), 공기(luft), 삶(liv)을 하나로 엮은 단어로, 날씨와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자연에서 행복과 평온을 찾는 삶을 뜻한다. 하이킹과 스키 같은 활동은 물론, 숲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물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까지 모두 이 말로 묶인다. 그러니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삶이라고만 이해하면 절반쯤 빠뜨리는 셈이다. 배낭을 메고 산속을 몇 시간씩 걷는 사람이 있고, 호숫가에 앉아 커피가 식도록 물만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둘 다 같은 말 안에 산다. 자연 앞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낼 뿐, 그 시간의 쓸모를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는다. 어떤 증명도 필요 없는 자유다.

저자는 노르웨이에서 바로 그 자유를 만났다. 하루 해가 네 시간만 뜨는 북극 스발바르에서 낮이 짧다고 하루가 모자라지는 않는다는 걸 배웠다. 오래 기다려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오로라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마주했고, 빙하가 깎아낸 피오르 앞에서는 수만 년의 세월을 가늠하다가 애초에 ‘뒤처짐’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자각했다. 백야와 극야 사이에서 시간이라는 불변의 약속마저 흐릿해지자, 잠들어 있던 감각이 깨어나는 걸 느끼며 자기 자신을 또렷하게 마주했다.

이 책은 저자가 3년에 걸쳐 세 번, 여름에 두 번 겨울에 한 번, 모두 60일간 노르웨이를 걸으며 쓴 기록이다. 절경을 늘어놓기보다 그 앞에서 마음이 어디로 기울고 어디서 멈췄는지를 따라간다. 머지않아 노르웨이로 향할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 땅을 미리 걸어보는 시간이, 당장은 떠날 수 없는 사람에게는 잠시 숨을 고르는 자리가 되어줄 것이다. 책을 덮을 즈음에는 오늘 하루 어디에 빈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떠올려보게 될지도 모른다.

목차

프롤로그 - 고요에 놓인 시간, Friluftsliv

1. 해가 아직 오지 않은 땅, 북극 스발바르(Svalbard)
2. 하루가 네 시간뿐인 산, 스발바르 트롤스테이넨(Trollsteinen)
3. 북극의 오래된 식탁, 물범 스테이크(Seal Steak)
4. 기다림 끝에 춤추는 빛, 당신의 오로라는 어디에 있는가?(Aurora)
5. 분홍빛을 곁에 두고, 8,841km 로드트립(Road Trip)
6. 돌에 새겨진 시간, 알타 암각화 박물관(Alta Museum)
7. 바람이 가져갔는지, 바위가 들었는지, 트롤퉁가(Trolltunga)
8. 함께 젖은 여행 메이트, 셰락볼튼(Kjeragbolten)
9. 피오르가 말해준 것, 게이랑에르(Geiranger)
10. 여덟 번의 여름과 열한 번의 숨, 트롤스티겐(Trollstigen)
11. 산이 숨을 쉬는 소리, 뵈링스포센(Vøringsfossen)
12. 비가 오거나 비가 오려고 하거나, 베르겐(Bergen)
13. 미래의 책과 한 장의 절규, 오슬로(Oslo)
14. 빌려 오지 않은 이야기, 요툰헤이멘 베세겐(Jotunheimen Besseggen)
15. 가장 오래된 겨울 위에서, 요툰헤이멘 뵈베르브레안(Bøverbrean)
16. 지도 밖에서 보낸 두 밤, 노지와 휘테(Hytte) 그리고 알레만스레텐(Allemannsretten)
17. 가장 남쪽의 마을, 북쪽 땅끝의 절벽
만달(Mandal)과 린데스네스(Lindesnes) 그리고 노르카프(Nordkapp)
18. 바다 위의 알프스, 로포텐 제도(Lofoten Islands) - 레이네(Reine)와 레이네브링엔(Reinebringen)
19. 값을 묻지 않는 섬, 로포텐 베뢰위(Værøy)
20. 트롤도 나오지 못하는 밤, 로포텐 백야 사우나(Sauna)
21. “헤이(Hei)”하고 비켜서는 길, 로포텐 뤼텐(Ryten)
22. 83미터의 집과 한 글자의 마을, 로포텐 바이킹박물관과 오(A)마을
23. 운해의 밀물, 센야 후스피엘렛(Senja Husfjellet)

에필로그 - 안테나 없는 길, 스웨덴 쿵스레덴 Kungsleden

책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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